사진은 연속된 시공간에서 찰나적 순간에 선택된 일부분으로 극히 제한적이며 독립적인 이미지이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순간의 진실을 담지만, 현실을 시공간의 연속체로 본다면 사진의 리얼리티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사진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식세계를 반영한다. 그것은 창조적 해석으로 감각적이며 구체적이다.
곽풍영은 농촌 풍경을 드론으로 촬영한다. 짜맞추거나 조작하지 않은 일상의 풍경이지만 높은 시선을 가질때 그것은 예기치 못할 풍광을 연출한다. 못줄에 정열된 벼, 수확한 양파망, 바람에 출렁이는 거대한 보리밭은 점과 선, 반복과 규칙이 살아있는 추상회화이다. 작가는 대비를 통해 사진의 회화성을 강조하면서 숨겨진 노동을 말한다.
권은경은 농촌 인구 소멸 지역을 기록한다. 넓은 평야와 황토는 풍요를 상징하지만 섬 같은 집, 인적 없는 마을은 사람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긴 시간 아득하게 먼 지평선을 바라보면 아직 흙이 주는 질박함, 거친 숨소리, 인정 많은 할머니의 미소가 가득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침묵의 풍경을 통해 삶을 강조한다.
같은 시공간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현실 너머 해석된 현실을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한다.